2018.08.09 15:30

언젠가는 만나야 할 사람이라면
나는 사랑한다.
이 세상에 둘도 아닌
유일한 것만을 사랑한다.
첫날 밤을 훔쳐보듯
밤하늘에 구멍 낸 달님의
눈빛을 사랑하고
아버지와 쏙 닮은
올챙이 같은 내 배꼽을 사랑하고
밤새 긁적거린 시 한 편과 함께
나란히 누운
새벽녘의 쓸쓸함을 사랑한다.
나는 사랑한다.
이 세상 마지막이면서도
단 하나 뿐이기에
감히, 거역할 수 없는
그리하여 언젠가는 꼭 만나야 할
그 사람을 나는 사랑한다.
눈에서 가슴으로 스미는
눈물 같은
그 한 사람만을
노을빛처럼 사랑하련다.
나는 사랑한다.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존재하는 것을 사랑한다.
길모퉁이를 돌아서
두 눈을 부릅뜨고
달려드는 막차를 사랑하고
새벽이슬을 뒤섞어 마시는
맑디 맑은 마지막 소주를 사랑하고
쓸쓸한 겨울 바닷가의 모래사장에
누군가가 남기고
간 마지막 발자국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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