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03 17:29

바람은 그대 쪽으로
그 나뭇가지 뒤에 몸을 숨기고 나는 내가 끝끝내 갈 수 없는
생의 벽지를 조용히 바라본다.
그대, 저 고단한 등피를 다 닦아내는 박명의 시간,
흐려지는 어둠속에서 몇 개의 움직임이 그치고
지친 바람이 짧은 휴식을 끝마칠때까지.
그대는 아주 늦게 창문을 열어야 한다.
불빛은 너무나 약해 벌판을 잡을 수 없고,
갸우뚱 고개 젓는 한숨 속으로 언제든 나는 들어가고 싶었다.
아아, 그대는 곧 입김을 불어 한 잎의 불을 끄리라.
나는 소리 없이 가장 작은 나뭇가지를 꺾는다.
그대, 내 낮은 기침 소리가 그대 단편의 잠속에서 끼어들 때면
창틀에 조그만 램프를 켜다오.
내 그리움의 거리는 너무 멀고
침묵은 언제나 이리저리 나를 끌고 다닌다.
가축들의 순한 눈빛이 만들어 내는 희미한 길 위에는 가지를
막 떠나는 긴장한 이파리들이 공중 빈 곳을 찾고 있다.
외롭다.
어둠에 가려 나는 더 이상 나뭇가지를 흔들지 못한다.
단 하나의 영혼을 준비하고 발소리를 죽이며
나는 그대 창문으로 다가간다.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공지 | 장애 발생시 비상 연락처 [12] | 우하하 | 2017.11.15 | 5247 |
| 458 | 비어있는 길을 | 파도양 | 2018.09.05 | 258 |
| 457 | 눈이 멀었다 | 파도양 | 2018.09.04 | 250 |
| 456 | 빗방울길 산책 | 파도양 | 2018.09.04 | 267 |
| 455 | 마지막 편지 | 파도양 | 2018.09.04 | 277 |
| 454 | 아름답고 든든한 배경은 | 파도양 | 2018.09.04 | 241 |
| 453 | 바다는 살았다고 | 파도양 | 2018.09.04 | 282 |
| 452 | 차마 숨겨둔 말 한 마디 | 파도양 | 2018.09.04 | 187 |
| 451 | 차라리 그게 나아요. | 파도양 | 2018.09.04 | 312 |
| 450 | 때때로 인생은 | 파도양 | 2018.09.04 | 229 |
| 449 | 바람으로 살아라 | 파도양 | 2018.09.03 | 304 |
| 448 | 미안해 그래서 | 파도양 | 2018.09.03 | 323 |
| 447 | 떠난 사람의 마지막 | 파도양 | 2018.09.03 | 249 |
| » | 그대는 아주 늦게 | 파도양 | 2018.09.03 | 274 |
| 445 | 내 안에 그대 살듯이 | 파도양 | 2018.09.03 | 295 |
| 444 | 먼 하늘 | 파도양 | 2018.09.03 | 79 |
| 443 | 코스모스 길을 따라 | 파도양 | 2018.09.03 | 284 |
| 442 | 현실 속에 생활 속에 | 파도양 | 2018.09.03 | 189 |
| 441 | 결코 내 사람일 수 없는 | 파도양 | 2018.09.03 | 256 |
| 440 | 그대의 슬픔으로 변해 | 파도양 | 2018.09.03 | 263 |
| 439 | 누구 하나에게 | 파도양 | 2018.09.03 | 2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