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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들고 난다

2018.09.12 22:27

파도양 조회 수: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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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된 그녀

 

그녀가 누워있다.

아주 오래 된 몸으로 낡은 꽃처럼.

 

그녀의 몸에서 참나무 새순들이

물이 오를 때도 있다.

그녀 안으로 세월이 들고 난다

세월 안으로 그녀가 들고 난다

아.무.도.찾.아.오.지.않.는다.

 

집과 함께 늙어간다는 것

그 또한 안락한 일이다.

거북이의 등껍질처럼 단단한 그녀의 몸에선

간혹 마룻장 같은 참나무 냄새가 나기도 한다.

 

여자는 오래되고 낡았다.

그녀의 오래된 집처럼

그녀도 녹슨 수도꼭지처럼 추억을

적당히 흘려보낼 줄도 안다.

 

옷장 속에 걸려있던 4개의 계절들이

성급하게 그녀를 침범하고 달아났다.

바로 어제 저녁의 일 같은 봄밤의 추억들 속에

오래된 여자는 아직도 낡은 꽃처럼 피어있다.

 

여자도 제 몸 마디마디를 풀어본다.

여자의 오래 된 몸은 어둠 속에서도

제 자리를 잡고 여자를 풀어주지 않는다.

 

어둠 속에선 모든 것들이 몸을 푼다.

낮 동안 떠받치던 세상의 무게들을 부려놓고

툭툭 소리 내며 온 몸의 관절을 풀고 있다.

 

그녀가 누워있다.

어둠이 깊숙하게 제자리를 잡고 앉은 시간

못생긴 여자가 얼굴을 방바닥에 대고 나른하게 누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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