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1 13:16
가을 하늘
만리장성 부근에서 함께 살던
그들의 기나 긴 전생 이야기는
가을날 오후 목장의 쓰러지는 풀잎 위로
한꺼번에 들이치는 햇살로
올올이 풀어지는 것이었어
고성 목장의 언덕, 행복한 숲그늘 아래
대자연의 감출 수 없는 매혹이었기에
멀찌감치 서서 바라보는
주인의 눈빛과 말의 눈빛이
허공에서 천둥 번개를 마구 교환할 때면
우연히 이생에 다시 마주친
주인과 말은 서로에게 정해진
관계를 마득히 잊곤 하였는 데
아득하게 잊혀진 세계의 몽환 속으로
아무런 생각없이 막 빨려들어가는 너의
검은 눈동자 가을대기 속으로 푹푹 뿜어내는
너의 더운 입김은 아마도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대자연의 숨결이었기에
이슬 맺힌 풀잎 사이를 유유히 거닐다가
다시 먼 하늘을 바라보는 그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 고향풍경이던가
그렇게 춤추는 느릅나무 어린 잎새 사이
툭 튀어나온 엉덩이뼈를 옆으로 불룩거리며
주인인 나를 향하여 말없이 걸어오곤 하였지
천막 사이 울려퍼지는 주인집
소년 마두금소리 듣는 양
윤기나는 갈색털은 푸르르 일어서며
다시 찾은 생의 기쁨에 부르르 떠는 것이었어
묵언의 꼴을 볼 씰룩거리며 씹곤 하였는데
영락없이 늙은 명상가의 표정이었지
고향에서 보던 것과 똑같이 찬란한 아침햇살에
마천루 높은 산정을 떠도는 흰 구름 아래
그렇게 다시 한몽직통항로를 통해
강원도 고원지대 고성목장에 실려온 흑색말은
통통하게 살진 뱃구리에 힘이 넘쳐
쳐진 흙빛 살가죽 치렁하게 늘어뜨리며
떠오르는 아침햇덩이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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